집 나간 의욕을 찾습니다 - 그럼에도 계속 해나가니까 -한 권의 이야기

[도서]집 나간 의욕을 찾습니다

김파카 저
샘터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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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때에는 '완벽한' 주인공을 좋아했다. 유능하고 모든 걸 아는 인물 말이다. 모두가 그렇듯이 어린애는 모든 걸 할 수 있다고 꿈과 희망을 헛되게 부풀어 넣어줬다. 애석히도 점점 크면서, 나는 꿈 꾸는 모든 것을 이루기에는 내 능력이 부족하다는 걸 몇 번이나 깨닫게 된다. 그러면서 이야기 속 주인공도 나처럼 '고민하는' 인물에게 어쩔 수 없이 정이 가게 되었다. 좋아하는 것과는 달랐다. 눈길이 가고 잘 되길 바라게 되는 거였다. 이 책도 그런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책 제목은 '집 나간 의욕을 찾습니다'지만, '집 나간 의욕'이 없더라도 자신의 길을 가는 이야기가 소탈하고 때로는 자학적으로 담겨있다. 솔직한 사람이 '나 그래, 그건 좀 부족하다'라고 말할 때에는 악의도 입을 다문다. 그 솔직함을 이길 수 없기때문이다.

  저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기 위해 여러가지 시도를 한다. 그 중에서는 아직 나는 입으로만 4년째 외치는 퇴사도 포함되어있었다.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해 회사를 나왔지만, 결국에는 돈을 쫒아야하는지 고민하는 진솔한 모습은 어떻게 보면 차가운 현실이고, 다르게 보면 또 다시 좋아하는 것의 본질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했다.

  이 책에서 좋은 점은 '성공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가감없이 담았기때문이다. 일하기 싫어하는 모습이나, 좋아한다고 해놓고는 왜 하기 싫어할까 고민하는 모습, 나는 힘겨워도 남의 눈에는 늘어져있는 무기력함을 지적받는 장면 등을 그대로 적었다.

  사회적 기준으로 평가받는 성공 신화에 주눅들어 있었는데, 나만 이렇게 힘겹지 않고, 집나간 의욕 대신 일상을 채워나가는 저자의 이야기가 위로가 되었다.





<발췌>

22쪽

  자기가 하는 일을 좋아한다는 게 여실히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도 어느 정도 중간 목적지에 다다랐을 때 이런 고민을 하는 것 같다. 게임을 중간에 멈추면 메시지가 뜨는 것처럼. "계속 이어서 하겠습니까? 그만두겠습니까? 아니면... 잠시 귀었다 가시겠습니까?" 물론, 마지막 멘트는 본 적이 없지만.

  그런 사람들이 고민할 때는 보통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시간이 부족하거나, 체력이 부족하거나.

  혹은 돈이 안 되거나, 돈이 아주 안 되거나.





41쪽

  퇴사 후 계획에 대해선 가족들에게 말하지 않았다. 이야기해봤자 바뀌는 것도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 말했다. "당신의 목표는 그것을 성취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들과만 공유하는 것이 좋다."





63쪽

  그런 와중에 여행도 가고, 뮤직페스티벌도 가고, 데이트도 했다. 힘들다더니, 뒤에선 놀건 다 놀았다. 아직 설익은 실패라도 위로받고 싶고, 그럼에도 혹시나 잘되길 바라는 내가 꼴 보기 싫었다. 열심히 하지도 않으면서 잘되길 바랐다. 진짜 쪽팔렸다.

  하지만 한참 뒤에야 깨달았다. 그런 자책들 역시 내 마음을 몰아세우는 것이었음을. 실패의 연속인 가운데도 여행을 가고 데이트를 했던 것은, 그 시간들이 나에게 필요했기 때문이다.





79쪽

  '이렇게 하면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부터가 잘못이었다. 나처럼 '내가 하고 싶은 일'로 먹고살고 싶은 사람에게는 전혀 효과적이지 않은 방법이었다.



98~99쪽

  내가 너무 쓸모없는 존재인 것 같은 날에 쓴 일기였다.

  제목은, 내가 죽으면 안 되는 이유.

  1.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던 북유럽에 아직도 못 가봤고

  2. '나무가 보이는 집'에 살아보지 못했고

  3. 나만의 작업실을 만들어보지도 못했을뿐더러

  4. 이렇다 할 화풍이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5. 작은 집에서 죽은 김파카는 너무 쓸쓸해 보이지 않을까? 죽더라도 크고 멋진 집에서 죽어야지....

  죽더라도 크고 멋진 집에서 죽고 싶다니, 이게 대체 무슨 말인가? 웃겼다. 어쩌면 솔직한 목표는 가장 최악의 상황에서 튀어나오는 것 같다. 철저하게 '나'의 만족이 최우선이었다.





110쪽

  어떤 사람을 철부지라 부를 때는 몇 가지 기준이 있었다. 꿈은 큰데 자기 위치를 모르거나, 시장에 대해 허황된 생각을 품고 있거나, 취미와 직업을 구분하지 못하거나.

  이기문, <크레프톤 웨이>, 김영사 2021.

  아프다. 뼈를 세게 맞았다.





113쪽

  "제가 만난 시인은 모두 다른 직업을 갖고 있었어요. 시인이 되어야 한다고 직업을 구하지 않는다? 그런 건 맞지 않죠. 여유가 있어야 해요. 저도 직업이 있지만, 그 직업이 저의 시와 전혀 연결되지 않아요. 시간에 쫓기다가 쓴 시가 리듬이 살아 있고 마음에 들 때가 더 많아요."

  유현준 교수님은 20~30대 건축학도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셨다.

  "아마 좌절이 더 많을 거예요. 본인의 재능에 대한 의구심도 들 거고, 그럴 때 길이 열리는 곳으로 갔으면 좋겠어요. 제가 처음 글을 쓴 것도 사실 돈 때문에 한 거예요.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일을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어요. 그게 편의점 알아박 됐든, 뭐가 됐든. 내가 생각하는 방향과 조금 다를지라도 저는 그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인생은 본인이 계획한 대로 갈 수 어있을 거라는 착각을 버려야 해요. 주어진 상태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죠."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