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 앵무새 죽이기 - 당연하지만 당연하지 못한 것 -한 권의 이야기

[eBook]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저/김욱동 역
열린책들 | 2015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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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만 당연하지 못한 것


(책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주의 바랍니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세가지였다. 파수꾼이 나오면서 파수꾼과 이 책을 같이 사놨었다. 그리고 이 책이 유명하다. 마지막이자 진짜 이유는 친구가 추천했기때문이다. 헝거 게임을 읽고 나서 재미난 책이 마땅치 않았던 때에 이 책을 추천 받아 읽었다. 읽은 뒤에는 이 책이 가진 가치는 뛰어나나 정말 재밌진 않았다. 끝까지 읽는 힘은 있지만.





 인종 차별을 어린 아이의 시선으로 본 이야기라는 건 알았다. 하지만 내가 흥미로웠던 건 초반의 정적이고 역할대로 흘러가는 남부 마을의 모습이 아니었다. 중반이 넘어가고서야 나오는 법정 장면이었다. 그래서 나는 앞부분을 읽으면서 꽤나 인내심을 많이 썼다. 법정 장면이 나오고서야 그제야 이 책을 재밌다라고 느꼈다.

 한 쪽 팔에 장애가 있음에도 상대를 목조르고 강간한 혐의로 한 남자가 고소 당했다. 겨우 정황이라고는 피해자의 주장과 피해자 아버지의 주장. 어떤 상황에서도 폭력을 휘두르기 어려운 신체 조건을 가졌다는 것이 명백히 보임에도 피의자는 유죄 판정을 받았다. 이유는 너무나도 단순했다. 피의자는 흑인, 피해자는 백인이었기때문이다.
 이 단순한 사실을 볼 수 있는 사람은 마을에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심지어 피해자는 아버지는 피의자를 변호했다는 사실만으로 그들의 아이를 해치기까지한다.

 이 책에 달린 많은 주석을 눌러가면서 읽었다. 왜냐면 나는 당시 상황을 알기 어려운 한국의 독자이기때문이다. 그런데도 이 책에 달린 주석들은(파수꾼의 주석들도 그렇지만) 많은 실제 인종차별의 역사를 이야기하며, 이 이야기가 존재할법한 이야기로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이 이야기의 가장 괴로운 점은 그런 차별을 없애고자 하는 사람들이 협박을 받고 피해를 받는 모습이다.
 주인공의 아버지는 변호를 이유로 협박을 받는다. 그것도 아주 친근한 이웃의 사람에게까지도. 이 모습은 정말 끔찍하게도 현재에도 나타난다.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의 당선과 함께 불쑥 증가한 인종혐오 범죄들. 누군가를 모욕하고, 폭력을 휘두루는 등의 모습. 정말 안타까운 것은 이 소설이 1960년대에 쓰였음에도, 현재에도 비슷한 모습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슬프게도 이 소설이 오늘날에도 가치를 가지는 건, 인종에 따라 혐오하고 차별하는 인간의 모습이 아직도 남아있는 탓일 거다.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이 책 속에서 힘든 순간에 나서서 도와주는 이웃의 존재도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