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 베르베르 저/이세욱 역 다르게 생각하는 게 불가능한 인간과 다른 생각과 도전을 하는 개미 |
나에겐 이상한 성향이 있다. 모두가 좋다고 유행을 타는 책에는 묘하게 손이 안 가는 것이다. 의외로 신간도 잘 골라 읽고, 베스트셀러도 잘 골라 읽으면 편이지만, 꽤 몇 년 전 베스트셀러를 뒤늦게 읽을 때가 있다. 그냥 책을 읽다보니 시기가 그리 된 게 아닌가 싶지만, 알고 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인기를 끌 때는 마치 난 혼자서 밀당을 하는 사람마냥 그의 책을 일부러 안 읽고 있었다는 것을. 마치 모두의 인기인이 되면 나는 그 책에 관심을 놓아버린다. 그리고 그 인기가 다른 책으로 쏠리면 그제야 관심을 갖는다. 그저 성격이 나쁜 거다. 아마 이 책의 개미들에게는 나의 이런 행동도 이해 못한 손가락들의 행위일 것이다.
(이 리뷰는 책의 일부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스토리를 요약하는 건 쉽지 않다. 내 능력 부족이기도 하지만, 3부로 이루어진 이 책의 구성과 분량을 따지자면 일반적으로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 긴 내용을 읽으며 느낀 것은 인간은 자기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 한다는 거다.
일부 인간 개체 중에서는 자기 테두리를 벗어나서 진보를 이룬 경우도 있다. 그리고 그 한 개체 덕분에 인류 전체가 그 진보를 같이 누리고 있다. 하지만 다수의 인간이 학습된 테두리 밖으로는 벗어나지 못 한다. 역사를 반복하고, 인간이 인간에게 가장 잔혹한 짓을 한다. 그리고 이 책에서 자주 나오는 '종교' 개념을 인간이 가지고 있다. 그에 반해 책에 묘사된 개미는 다르다. 우리가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행동 외의 것은 하지 않는다. 그들은 하나이듯 여럿이며, 여럿이며 하나이다. 개체는 미물이나, 전체는 시스템이 된다.
이 책이 묘사하고 있는 개미는 굉장히 놀랍다. 어떤 외계 생물체에 대한 묘사보다 가까우나 어떤 미지의 생물체보다 색다른 모습이다. 우리가 아는 여왕개미와 일개미의 모습을 넘어서 완전 소통을 하는 모습이나 위기에 대한 극복과 도시간의 전투의 모습은 그저 개미를 개미로 볼 수 없게 만든다. 거기에 이야기 상 손가락들(개미가 인간을 가리키는 단어)과 만나게 되고 그들이 3부에 이르러서 불과 직립보행을 시도하는 모습에서는 과연 이 지구에 지적생명체가 인간 하나라는 확언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마저 들게 되었다. SF는 외계인, 타임머신 등을 다룬다고 생각했지만, 이 소설에서는 그저 개미를 인간이 보던 작은 곤충이 아닌 지성의 생물체로 봄으로써 완전히 다른 충격을 줬다. 3부 내내 개미의 진보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놀라움에 책장을 넘겼다.
그렇지만 그런 지성의 개미에게 종교의 개념, 신의 개념이 인간 사회의 병폐와 마찬가지로 퍼져나가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해결할 수 없는 문제, 설명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 개미는 끊임없이 탐구하며 부딪혔으나, 신을 믿는 개미들은 신에게만 의존하며 기도와 전도 외의 행동을 거의 보이지 않는다. 종교란 매우 예민한 주제이고, 나는 무교다보니 종교에 대해서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하지만 개미들마저 초기 종교의 확장을 소수일 때는 받아주나, 그 세력이 커지면 신도들을 학살하는 모습은 인간 세계의 역사와 너무나 똑같아서 어째서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순 없었는지 안타까웠다.
그런 내 안타까움을 개미들이 아닌 3부에 나온 가상 세계에서 그나마 달랬다. 전공이 컴퓨터다보니 온갖 SF적인 요소가 나와도 별로 신경 쓰지 않았으나, 3부에 나온 가상 세계인 인프라 월드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다. 하지만 이는 뒤로 빼고, 하던 종교의 이야기를 마저 하자면, 인프라 월드는 가상 세계에서 가상의 인류가 문명을 이룩해가는 곳이다. 이 가상 세계는 전체 시스템의 균형을 위한 개입과 3부 주인공들이 수입원을 구하기 위해 브랜드 이미지, 마케팅 효과 조사를 위한 실험을 위한 개입만 있는 곳이다. 이 세계는 이미 인프라 월드 구축자가 신으로 군림하고 있고, 그 세계의 가상 인류도 신의 존재를 처음부터 알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행동은 인간도 개미의 형태도 아니었다. 그들은 신의 개입을 거부하였고, 신에게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온갖 곳에서 신의 흔적을 찾으려 하고, 신의 개입인 메시아 등을 기다리는 일부 종교의 형태와는 너무나 다른 모습에 놀랐다. 그들은 신의 존재를 안다. 그렇다면 신을 믿는 건가. 하지만 그들은 신을 죽이려 했다. 비록 주된 개미들의 이야기와는 다른 짧은 상황이었지만, 내게 인간도 개미도 아닌 다른 모습으로 보여 기억에 남았다.
종교 이야기를 끝내고 이 소설에서 나온 몇몇 SF적인 요소에 집중해보고자 한다. 우선 가장 핵심이 되는 건 로제타석, 개미와 인간(정확히는 프랑스어다) 간의 통역기이다. 개미가 내뿜는 페로몬을 해석하고, 다시 페로몬을 분출한다는 점이다. 문장이 전달되는 점에서는 꽤나 잘 만들어졌다. 실제로 동물과 인간과의 통역기는 특히 애견이나 애묘시장에서 가까이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정확도는 모르겠다. 그저 지나가다 본 바로는 매우 간략한 상태와 감정 전달만 가능한 것으로 안다. '배고프다', '즐겁다'와 같은. 소설 속 로제타 석과 같이 '너는 어디에서 왔니', '인간을 왜 살해했는가'와 같은 메시지는 전달이 어려운 것으로 안다. 로제타석은 인간과 개미의 매개이며, 소설 속에서도 언급만된 SETI와는 다른 방향으로 발전한 것이다. SETI는 우주에서 오는 신호를 처리하여, 지적 생명체의 존재를 확인하고자하는 프로젝트이다. 밖으로 지적 생명체를 찾으려던 것과 달리, 로제타적은 지구 내의 다른 생명체에 대한 존중을 담고 있다.
다음은 인프라 월드이다. 인프라 월드 등장 전에 실제로 존재하는 게임 '문명'과 유사한 게임 '진화'가 나온다. 문명을 해본 사람이라면 진화의 많은 묘사가 문명과 유사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다만 그 자유도가 더 높고 난이도는 더 심한 것 같다. 진화는 가상 문명을 만들고,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하면서 그 문명을 키워나가는 게임으로 묘사된다. 다만 그 안의 가상 인류는 자유의지보다는 플레이어가 정한 요소에 따라 반응한다. 이 문명에 가상 인류의 자유 의지를 더한 것이 인프라 월드이다. 인프라 월드의 시간 속도는 더 빠르며, 생태계 균형 외에는 개입을 받지 않는 상태로 진행된다. 개인적으로는 어떻게 인프라 월드가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점이 전혀 없어서 의아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전공이 이 쪽이다 보니, 인공지능은 전문 분야가 아니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자유의지를 가진 세계를 만든 것이다. SF라서 그렇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로제타석은 그나마 연구원이었던 에드몽 웰즈라는 인물이 뒤에 있다. 인공 개미도 실제로 무기 연구에 참여했던 아서가 있다. 그런데 인프라 월드는 그저 고등학생이 만들었다기엔 너무나 그 근반이 약하다. 사실 상 비중이 크지 않은 점과 많은 곳에서 가상 세계(어떤 곳에서는 자신이 가상 세계의 인물이었다는 것을 반전으로 삼는다)를 다루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개미의 높은 지능이나, 로제타석, 인공 개미보다 가장 현실성을 잊게 만들고 소설의 개입을 방해했던 요소이다. 생긴 건 아름다우나 목넘김이 밋밋한 맥주로 흥이 깨진 느낌이었다.
종교와 SF적인 요소에 대해서 이야기를 늘어놓았지만, 이 책은 기본적으로 개미의 모험기이다. 개미가 인류와 와 닿고 새로운 것에 눈을 뜨며, 마지막으로 다른 진화의 출연을 예고하며 끝나는 이야기. 개인적으로 이 긴 분량을 재미나게 읽었다. 아쉬운 점은 원본에도 그런 건지 번역이 되면서 생긴 문제인지 모르지만, 많은 단어가 너무 현학적이라는 것이다. 내가 어휘력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할 순 없다. 하지만 쉽게 표현할 수 있는 내용을 굳이 같은 의미의 어려운 단어를 쓰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 단어를 쓰는 화자가 연구원이나 백과사전에 실린 단어일 때는 그 인물이나 책의 표현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고등학생인 3부의 주인공들과 개미를 묘사한 상황에서마저 낯선 단어가 튀어나왔을 때는 당혹스러웠다. 나를 당혹시킨 단어는 '게제'였다. 그 외의 여러 단어가 있으나, 먼저 기억에 나는 건 이 단어다. 개미들의 상황을 설명하면서 나온 이 '게제'. 대부분의 경우 '때'나 '기회'로 말을 바꾸면 이해할 수 있는 곳에 들어가 있는 단어다. 실제로 유사어이기도 하고. 이 외에도 책에서 많은 단어가 낯선 단어라, 책 읽기를 멈추고 해당 단어를 검색해야했다. 나는 이 책의 내용상 어려운 단어들로 표현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원본에서 그런 단어들을 골라 써서 옮겨 쓰다 보니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아쉬운 점이다. 편집/구성에서 별 점을 하나 뺀 이유기도 하고. 일부러 '현학적'(자신의 지식을 자랑하는 것 같은) 단어라고 느낀 부분들이 많아서 책 읽기를 방해하기도 했고.
그래도 이 책은 읽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며, 비록 내가 다르게 생각하는 것을 못하는 사람 중의 하나지만, 다르게 생각하는 걸 책을 읽는 동안은 시도했다는 점에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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