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세정보 : http://ticket.yes24.com/Pages/Perf/Detail/Detail.aspx?IdPerf=24605
관람일 : 2016.09.02(금) 오후 8시
캐스팅 : 도리안 그레이 - 김준수 / 헨리 워튼 - 박은태 / 배질 홀워드 - 최재웅 / 시빌 베인 - 홍서영 / 앨런 캠벨 - 김태한 / 브랜튼 부인 - 구원영 / 초상화 - 진태화 / 샤롯 베인 - ???

큰 규모의 뮤지컬의 경우 더블 캐스팅이 많다. 그런 와중에 도리안 그레이는 더블 캐스팅없이 배우가 선정되었다. 게다가 배우 조합도 기대가 되었다. 김준수의 경우 본 적 없었지만 평이 좋았고, 박은태의 경우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에서 괴물의 역할로 이미 만나본 바가 있어서 기대가 컸다. 그렇지만, 이번에 초연하는 도리안 그레이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소설 원작을 미리 읽고 만났다. 평을 줄이자면, 여러 연출을 시도한 점은 좋으나 노래는 묘하게 남지 않았다.
(본 리뷰는 공연 내 스토리를 포함하고 있으므로, 공연을 보지 않으신 분께는 공연 관람의 즐거움을 반감할 수 있습니다.)
1) 배우
주로 도리안, 헨리, 배질의 비중이 크다. 5:3:2정도의 비중. 애석히도 시빌 베인의 비중은 그리 없다.(이건 원작 내의 비중을 따져도 비슷하지만)
개인적으로 김준수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목소리가 쉰 게 아닌가 생각이 되었다. 그 전에 따로 공연 영상이나 혼자 부르는 노래를 들어본 적이 없어서. 이번 리뷰를 쓰면서 드라큘라와 데스노트에서 노래를 부른 동영상을 들어봤다. 비록 녹화된 동영상이라고 하지만, 확실히 9/2 공연에서 들은 목소리에는 탁하고 쉰 소리가 더 강했다. 다른 동영상을 통해서도 기본적으로 목소리가 독특한 느낌이지만, 공연장에서 들었던 목소리만큼 심하진 않았다. 왜냐면 초반에는 순수한 소년의 모습으로 나타남에도 목소리를 냈을 때에는 이질적인 느낌이었다. 내 취향은 아니었다. 다음에는 김준수의 공연을 일부러 찾아볼 것 같지 않다. 우선 김준수가 나오는 작품과 날짜의 티켓은 구하기도 힘들기때문에 다시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목소리를 제외한다면 연기에 대해서는 흠잡을 게 없었다. 거리가 멀긴 했지만, 프리뷰 공연임에도 실수도 없었다.
박은태와 최재웅은 굉장히 안정적이었다. 다만 후반에 총 세 명이서 부르는데서는 목소리가 섞여서 안 들렸다는 게 아쉽지만. 왜냐면 김준수의 목소리 톤이 굉장히 다른 반면 둘은 다 안정적인 목소리 톤이라 둘이 같이 부르면 어느 게 어느 건지 알 수는 없었다. 그래도 두 사람의 노래 둘 다 좋았고, 연기도 좋았다.
2) 연출
개인적으로는 여러가지 시도를 해서 좋았다.
2-1) 스크린에 인물의 모습
가장 좋았던 것은 뒷 스크린에 인물의 녹화된 모습을 보여준 것이었다. 비록 헨리가 뒤를 돌고 앞으로 나가면서 고민하는 모습으로 무대에 서있지만, 스크린에는 헨리가 고민하는 얼굴이 녹화된 영상을 틀어준 것이다. 두 개의 눈을 가진 듯이 인물을 볼 수 있는 방식에 즐거웠다. 하지만 나는 이 연출은 굉장히 좋아했지만, 지하철에서 공연이 끝나고 가는 사람들의 대화를 들은 결과 이 연출이 쓸떼없다고 느낀 사람도 있었다.
2-2) 춤만 있는 장면
아예 노래 없이 춤만 추는 장면도 있는데, 같이 본 동행의 경우 웬 KPOP식의 무대가 나오나 싶었다고 한다. 나의 경우엔 별 생각이 없었다. 노래를 곁들이지 않은 춤이 그리 흠도 그리 장점도 아닌 느낌이었기에.
2-3) 초상화를 높은 방에 가두는 장면
사각 프레임을 이용하여 초상화와 도리안이 싸우는 장면이다. 원작에서는 도리안이 초상화를 자신이 안 쓰던 공부방으로 옮겨둔다. 그렇지만 뮤지컬에서는 도리안이 자신을 꾸짖는 초상화와 싸우면서 사각 프레임을 액자로 표현하며 싸운다. 도리안 그레이의 이야기에서 초상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때문에, 이 장면이 상징적이었다.
3) 스토리
원작 소설을 읽고 나서 본 탓인지 원작과 다른 모습이 많이 잡혔다. 원작에 대한 해석도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우선 원작에서 스토리 진행에 나타난 것 위주로 언급하겠다.
3-1) 헨리의 성격
헨리는 감각이 최고, 쾌락이 최고라고 주변에는 말하면서 자신은 그리 감각을 추종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이건 원작과 뮤지컬도 비슷하지만, 원작에서는 헨리는 도리안을 가지고 실험을 하거나 할 생각이 없었다. 그냥 도리안이 '흥미로운 인물'이라고 생각할 뿐. 뮤지컬에서는 헨리는 도리안을 통해서 완벽한 인간에 이르고자 '실험'을 했다고 말한다. 원작의 헨리는 그냥 주변 사람에게 자기 생각을 그저 말하고 다닐 뿐, 특별히 도리안에게 일부러 어떤 생각을 심어주려는 의도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뮤지컬에서는 도리안에게 인간의 감각과 쾌락에 대한 생각을 심어주는 것처럼 나온다.
가장 다른 점은 뮤지컬 2막에서는 헨리는 도리안의 타락을 눈치채고는 괴로워한다. 또한 도리안의 초상화를 마지막에 보고 도리안을 떠난다. 원작에서는 그딴 거 없다. 그냥 헨리는 도리안하고 놀러다니고 여전히 도리안이 젊고 아름다운 것에 신기해하며 또 젊은은 뭐시기 저시기하며 떠든다. 심지어 도리안이 자실이 배질을 죽였을 거면 어떨 거 같냐는 말에 너는 그런 사람이 못되고 만약 그렇다면 정말 흥미로울 것이라고 말하며 추호의 의심도 안 한다. 심지어 헨리가 시빌 베인의 가족들을 후원해준 것으로 나오는데, 원작에는 그런 거 없다.
3-2) 배질의 역할
원작의 배질의 역할을 그리 크리 않다. 처음에 도리안의 초상화를 그리고 도리안을 숭배하는 것같은 말을 내뱉는다. 그러다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게 지내다가 파리로 떠나기 전에 도리안을 만난다. 그리고는 도리안의 추문을 물어보고 넌 그럴 인물이 아니라고 말해주면 믿겠다고까지 한다. 그러다가 초상화를 보여달라고 하고는 초상화 보고는 하느님 세상에! 얼른 기도하자! 얼른! 얼른! 이라고 하다가 도리안에게 살해당하는 인물로 나온다. 그게 끝이다.
뮤지컬에서도 원작의 내용을 포함하지만, 도리안에 아름다움에 빠져서 성적 충동까지 느끼며 그에 굴복하는 인물로 확장되어 나온다. 뮤지컬에서 도리안과 배질의 키스씬과 되안의 상체 누드를 보면서 도리안을 따라가는 모습을 보면서는 좀 놀랐다. 동성애 코드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으니까.
3-3) 시빌 베인의 동생
원작에서는 선원이 되기로 한 '남'동생이 나온다. 심지어 시빌 베인이 반한 인물이 도리안 그레이인 줄은 모른다. 이름도 모른 채 '백마탄 왕자'라고 시빌 베인이 부르는 어떤 부잣집 남자에게 반한 줄만 알고 있다. 그래도 똑같은 건 시빌 베인이 그 남자때문에 불행해지면 '죽여버릴 거'라고 한다.
뮤지컬에서는 반면 '샤롯 베인'이라는 여동생이 나온다. 여전히 복수를 다짐하고, 원작과 마찬가지로 도라인을 죽이려다가 도리안의 젊은 얼굴에 도리안을 풀어준다.
원작에서는 남동생이 도리안을 노리고 숨어있다가 사냥터에서 도리안의 일행이 토끼 잡으려고 쏜 총에 맞아 죽는다. 뮤지컬에서는 도리안을 파티장에서 유혹해서 죽이려다가 본인이 높은 베란다에서 떨어져 죽는다. 그리고 원작에서는 시빌 베인의 동생과 헨리는 어떠한 접점도 없다.
3-4) 도리안의 악행
원작의 도리안의 악행을 정확히 나오지 않는다. 그저 그와 친해진 모두가 그를 적으로 생각하게 된다던가, 그 때문에 신세 망친 여자가 몇 된다는 식의 이야기. 그나마 구체적으로 나오는 건, 도리안이 아편을 하러 가는 모습 정도다.
하지만 뮤지컬에서는 도리안이 자신의 사업을 위해 공문서를 위조하고, 마약 사업에 손을 대며, 새디스틱한 행위까지 하는 클럽까지 돌아다니는 게 나온다. 뮤지컬에서 채찍소리와 함께 여자 비명 소리가 들렸을 때는 좀 식겁했다.
3-5) 도리안의 죽음
원작의 도리안은 자신의 뻔뻔함을 앞세워서 초상화가 유일하게 자신을 짜증나게 만드니까 초상화를 없애버려야겠다고 룰루랄라 칼 들고 가서 초상화를 짼다. 그렇지만 정작 초상화가 아니라 자신이 죽고, 초상화는 아름다웠던 얼굴로 돌아가고, 죽은 도리안이 초상화 속의 추악하고 늙은 얼굴로 남는다.
뮤지컬에서는 헨리마저 자신을 떠나자 절망한 도리안이 스스로 목을 긋는다. 도리안이 자살함으로써 초상화가 아름다웠던 얼굴로 되돌아간다.
3-6) 도리안의 초상화
원작에서 초상화의 변화는 초상화가 끔찍한 미소를 띄고 있다에서 굉장히 추악하고 늙은 얼굴로 변했다 정도다. 뮤지컬에서는 이를 마치 화상을 입은 것처럼 붉게 피부가 바뀌는 것으로 표현했다.
그 외 전체적인 스토리는 원작을 따라가고 있다.
4) 의상
사실 의상은 마음에 드는 부분과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은 대부분 도리안 그레이의 의상이었다. 초상화 속 도리안 그레이는 하얀 셔츠를 입고 있는데, 무대에 선 도리안 그레이는 너풀너풀하고 가슴팍이 보이는 흰 옷을 입고 있다. 무용수 느낌의 옷이었는데, '저딴 옷을 입혀놓고 미소년의 느낌을 받으라는 건가?'라는 생각과 얼굴로 의상을 커버치려고 하는 건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주황색 베스트를 입고 나왔을 때에도 '다른 인물들은 잘 입혀주면서 왜 저따위로 입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주황색 베스트는 영상으로 과거 회상하면서 나왔을 때는 이뻐보였다. 하지만 무대에 입고 나온 걸 봤을 때에는 내 미적 감각의 부족인지 아니면 정말 별로인지 별로로 보였다.
처음에 파티장을 연출하면서 나왔던 여자들의 의상은 화려했다. 머리에 배나 지구본 같은 커다란 장식을 들고 나와서 시선을 끌었다.
5) 노래
왜 노래가 다섯번째 꼭지로 나와있을까. 왜일까. 중요해서일까 ,아니면 나열하다보니 빼놓을 수는 없어서 적긴 해야하는데 적을 이야기가 없어서일까.
후자다. 이상하게 이 뮤지컬에서 남는 노래가 없다. 반복학습에 의해서 도리안이 초상화에게 불러주는 '도리안 네가 나라면'이라는 부분은 기억에 있지만, 이마저도 나중에 지나고 나면 까먹을 것 같다. 아쉽게도 '정말 이 노래 좋아서 꼭 이 뮤지컬을 봤으면 해요'라고 말할 노래가 없다.
개인적으로 호기심에 본 게 크긴 하다. 하지만, 이 뮤지컬 굉장히 잘 나간다. VIP 석은 자리가 없다. 문제는 이것이 배우들의 티켓팅 파워로만 보인다. 나중에 다시 이 뮤지컬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다시 한 번 바뀐 연출과 연기가 궁금해서이지 노래를 듣고 싶어서는 아닐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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