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 핑거스미스 - 반전도 인물도 기대에는 못 미쳤다 -한 권의 이야기

[eBook]핑거스미스

세라 워터스 저/최용준 역
열린책들 | 2015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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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도 인물도 기대에는 못 미쳤다



 요새 야금야금 상품권을 모아서 책을 사거나, 도서관에서 빌리는 식이다. 종이책은 공간을 차지해서 잘 안 사려고 하는 중이고, 전자책은 중고책으로도 못 파는데 가격이 비싸게 느껴져서 참고 있다. 물론 책 값 줄여서 다른데 돈이 들어가고 있지만, 사놓은 책도 다 못 읽은 상황이니. 그런 와중에 영화 아가씨를 보기로 약속하고 원작이 있다는 소식에 이 책을 알게 되었다. 사놓은 책도 많지만,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이 책을 구매했다. 거기에 한줄평 리뷰도 예스24나 리디북스나 둘 다 좋았다. 그래서 기대를 가지고 샀다. 크레마에서 열었을 때 1250쪽이나 나왔지만, 이틀에 걸쳐서 열심히 읽었다. 이틀 중 하루는 딴짓도 했지만 거의 이 책을 읽느라 시간을 썼다. 온갖 내 개인적인 이야기를 했으니, 책 이야기를 시작하자면 이 책은 '기대 이하'다.

1. 반전이 눈에 보인다
 이야기의 반전이 드러나는 순간은 짜릿해야 한다. 뒷통수가 얼얼해져올 정도로 놀라워야 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문제는 이 이야기에 나오는 반전은 1부 마지막과 2부 마지막에 나온다. 3부에 나오는 사건은 반전도 아니고 우발적인 사고에 가깝다. 그리고 굉장히 어리석은 사고에 가깝고. 우선 1부와 2부의 반전에 주목하자. 이 서평에서는 어떠한 반전이라고 밝힐 수 없지만, 1부와 2부의 반전은 성격상 똑같다. '같은 트릭'이다. 상황이 다르지만, 이 두 트릭은 같다. 2부에서는 모드에 관한 이야기가 하나 더 있지만, 이는 핑거 스미스 집에서 모드를 대하는 모습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우선 1부와 2부의 반전이 같은 성격을 띄는 것은 1부에서 당한 사람이라면 또 당했다는 생각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나와 같이 1부 막바지에 머물던 여관을 떠나는 순간부터 반전을 예상한 사람에게는 2부에 나오는 이야기는 김이 빠질 뿐이다.
 나는 1부의 반전이 끝났을 때, 더 강한 것이 오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오산이었다. 반전의 반전을 거듭한다고 검색하지 말라고 했던 한줄평을 쓴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가 약간 미워질 뻔 했다. 어쩌면 내가 별로 책은 안 읽지만 추리소설을 편애한 탓에 반전에 내성이 생겨서일 수도 있다. 그렇다해도 이 소설을 내가 읽은 추리소설 중에서 점수를 매기면 절대 상위권에 놔둘 생각이 없다. 심지어 최근에는 추리소설 읽은 게 적은데도!

2. 솔직히 두 인물 다 정감이 안 간다
 이야기에 몰입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인물에 몰입하면 더 이야기는 생생해진다. 그런데 나는 수도 모드도 둘 다 몰입할 수 없었다. 둘이 동성애 행위를 하기때문이 아니다. 책 소개에 레즈비언 소설로 소개되지만, 수도 모드도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히는 것도 없고 다른 가능성(양성애자이거나)일 가능성이 아예 차단된 것도 아니다. 어쨌든 수도 모드도 그리 몰입되지 않는다. 왜냐면 수와 모드가 서로에게 빠져드는 것부터가 몰입이 안 된다. 그저 가엽게 여기다가 키스 한 번에 그렇게 빠져든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인 건 3부에서는 수의 광기에 몰입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1부와 2부에서는 이미 수나 모드에게도 몰입하지 못 했다. 차라리 그 둘 사이를 비웃는 젠틀먼이 나을 뻔 했다. 게다가 나는 이 작가가 남자건 여자건 별로 관심 없었는데, 수와 모드의 어색한 감정선이 번역의 문제인지 아니면 소설 자체의 문제인지, 아니면 작가가 레즈비언에는 관심있지만 여자라는 생물에는 관심이 없었던 것인지 궁금하다. 내 눈에 수는 이유없이 사랑에 빠져들었고 배신의 광기에 휘말렸으며 갑작스럽게 모든 것을 잃고는 방향을 모드로 정한다. 우선 수의 사랑에 몰입하지 못하여서 모드를 향해 가는 수에 대해서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거기에 모드는 탈출을 꿈꾸지만 결국 '숙녀'라는 관념에서는 전혀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마지막까지도 자신은 숙녀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여전히 주변의 챙김을 받는 걸 보고는 나는 이해가 안 됐다.

3. 이야기는 끝까지 읽게 눈을 끌지만
 이렇게 글을 길게 쓰니 왠지 내가 '감정없는 반전을 때려맞추는 박수무당'이 된 기분이다. 모두가 좋다고 말하는 책에서 매력을 느끼지 못 할 때는 나도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어쩔 수 없다. 다 읽고나니 그리 느껴진다.
 이 책에서 그나마 칭찬할만한 건 엄청난 분량임에도 끝까지 읽게 만든다는 거였다. 이야기의 흥미가 4할, 반전이 있을 거라는 기대가 6할이었다는 게 문제지만. 그래도 2부에서 나오는 모드의 삼촌의 서재와 책에 대한 이야기는 꽤 놀라웠다. 그래서 그와 관련되어서 더 재미난 게 나오겠지 싶었는데, 별로 안 나온 게 아쉬웠지만.

 자신이 꽤 많은 분량을 다 읽었다는 자신을 가지고 싶은 사람, 영화 원작이라서 궁금한 사람.
 그런 사람에게는 좋을 수 있다. 하지만 나라면 차라리 분권되어서 이 책과 비슷한 분량을 가진 다른 소설을 추천하겠다. 게다가 영화와 완전히 배경이 달라서(이 책은 영국, 영화는 일제강점기) 이 책에서 열심히 살리고자 했던 하인들과의 억압적인 관계, 차이가 심한 생활상 등이 다를텐데. 심지어 이 소설 추리소설 분야 중 역사 소설 분야로 상을 탔다는데! 아아. 영화와 비교하는 재미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영화 원작이니 읽어보자라고 하면, 영화 원작이 아니더라도 더 재미난 소설이나 다른 영화 원작 소설이 더 재미나다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차라리 SF에 알레르기 없으면 마션을 읽으세요! 영화 원작에 주인공 위트니에게 몰입할 수 있어요!
 결론적으로 나에게는 그 많던 추천평과 영화 원작, 그리고 엄청난 분량에서 오는 기대가 컸지만, 실망이 더 컸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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