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 푸어 - 왜 우리는 이렇게 바쁜가 -한 권의 이야기

[도서]타임 푸어

브리짓 슐트 저/안진이 역
더퀘스트(길벗) | 2015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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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이렇게 바쁜가

  • 책을 선택한 이유
 사람들은 바쁘다는 말을 입에 붙이고 산다. 그 와중에 나는 그나마 바쁘다는 말을 입에 안 붙이는 편이다. 왜냐면 아무래도 우리 팀에서 나만큼 자주 초과근무 없이 퇴근하는 사람이 없는 것 같기때문이다. 나는 5개월간의 백수생활 끝에 취직이 되었다. 요새 나오는 평균 백수 기간보다는 짧은 편. 그렇지만 취직을 하고는 나도 다른 사람들 마냥 괜히 끝까지 있었다. 내일해도 될 일을 오늘하기도 하였고, 괜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게다가 당시 팀장님은 그렇게 늦게 남아있는 걸 좋아했다. 하지만 그리고는 나는 굉장히 예민하고 피곤해졌다. 행복해지기 위한 어느 정도의 돈을 벌기 위해 일을 시작했다. 그래도 주변에 사람 구실한다는 걸 보여주려고 일을 시작했다. 게다가 적당히 나도 내가 하는 일을 싫어하진 않는다. 젠장할, 그런데 왜 이리 집에 가면 모든 게 엉망진창이라는 느낌이 드는지. 그리고는 일찍 퇴근하기 시작했다. 예전에 놓았던 일본어 공부도 해보고, 게임도 하고, 전자책 리더기를 사서 책을 읽기도 시작했다. 그 와중에 나는 주변에 바쁘다 바쁘다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매우 피곤해보이는 얼굴로. 나 역시 그들을 따라할 때도 있었지만, 결론적으로는 이해가 안 갔다. 왜 우리는 이렇게 바쁜가(아니면 바쁜 척을 해야하는가).

  • 왜 우리는 이렇게 바쁜가
 이 책의 저자는 자식을 두 명 가진 여기자이다. 자식이 있으신 분들은 확실히 바빠보였다. 애들 뒤치닥거리만해도 일이 장난 아니니까. 아직 미혼의 나는 이해하지 못할 세계였기에 함부로 추측할 수 없었다. 다만 이런 내게 여렴풋이 느끼는 건 '결혼하고 나면 나는 윤수진이 아닐지 몰라'라는 걱정은 있었다. 다행인 것은 우리나라는 결혼해도 여자의 성이 바뀌지 않는다. 그렇지만 문제는 여자의 호칭이 바뀌는 경우가 많다. '~의 엄마'로 말이다. '~의 엄마', '~의 와이프', '~의 안사람'과 같은 이름. 나는 일을 그만둘 생각은 없지만, 그 상황에 대해서 여렴풋이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상황을 말했다. 이 책의 배경과 저자가 사는 곳이 미국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예상보다 꽤나 보수적인 나라라고 한다. 여기서의 '예상보다'라는 말은 마치 개방성 100을 예상했지만 의외로 65정도만 되지 않았을 때의 느낌을 말한다. 우리나라보다 남녀 평등이 좀 더 낫다고는 예상은 하나, 보수적인 가정에 대해서 꿈꾸고 주장하는 사람이 아직도 많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보수적인 가정은 가장인 아버지는 나가서 돈을 벌어오시고, 어머니는 집에서 자녀들을 돌보는 가정을 말한다. 애석히도 두분다 가게 일에 바빴던 나로서는 그런 생활은 내 기억에 없는 유치원때까지밖에 없었기때문에, 사실 상상이 잘 가진 않는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미뤄두고, 그런 보수적인 가정을 이야기한다해서 보수적인 가정의 수가 많은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자기도 모르게 보수적인 가정에서 있는 성역할을 흉내내고 있는 경우가 이 책을 쓴 저자에게도 있었다. 집안일(육아를 포함해서)을 점점 여자가 더 많이 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원 연구실에 들어가서 들은 말 중 기억이 나는게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마라'라는 말을 들었다. 이 말이 내 기를 꺾어놓기 위한 말이 아니었다. 오히려 정말 걱정하면서 그리 말했다. 그리고 덧붙여진 말은 '그렇게 되면 일은 네가 다 하게 돼'라는 거였다. 집 안에서도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여자는 남자의 하는 일에 불만을 가지고 그 일을 '자기가' 다시 하고 대신하고 있었던 거다. 육아에 대해서도 자신이 아이를 더 잘 아니까 그렇다면서 점점 더 혼자서 육아를 도맡고 있는 상황을 벌이고 있었다. 세상에. 아빠에게 안긴 아이가 울면 엄마가 나서서 달래고 있었다. 책에서는 사회적으로 육아휴직을 엄마에게 좀 더 길게 허용하고, 그러면 아이가 아빠보다는 엄마에게 보내는 시간이 더 길어지고 엄마가 더 친근해진다는 거다. 그리고 엄마는 내가 아이에 대해 잘 안다면서 아빠에게 아이를 돌볼 기회를 박탈하는 거다. 그리고는 깨닫는거다. 왜 아이를 돌보는 일을 자신 혼자 하고 있는가.
 이 책의 시작은 바로 이런 '집안의 조화'를 이야기했다. 여기서 바쁜 사람은 싱글보다는 아이를 가진 일하는 부모를 대상으로 했다. 나는 책을 어떻게 할까 고민했다. 그렇지만 분명 문제점을 말하면 거기에 해결책도 있으리라며 책을 계속 잡았다.

  • 육아의 대행 부모
 이 책에서는 미국의 '보육 정책' 이야기가 나온다. 좋은 보육 시설을 국가가 만들어서 국민들에게 제공하여 일에 전념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여기서는 그 보수적인 가정을 주장하는 돈 잘 벌어서 둘이 돈 벌 필요가 없는 국회위원님들께서 그 정책을 박살을 내주셔서 미국내에 좋은 보육 시설 찾기가 어렵다고 한다. 이래서 투표는 잘 해야하는데. 뭐 우리나라는 자기 돈 뺏어가고 그 돈을 국민에게 안 돌려줘도 여전히 돈 뜯어가는 깡패들 찍는 경우가 종종(사실 꽤 많이다. 그들의 주장의 의하면 과반수란다.) 있지만. 책으로 돌아가면 그 탓에 육아에서 좋은 대행 부모를 찾기가 어려워진다는 거다. 회사의 동기인 책임님은 장모님과 같이 산다. 힘들지 않냐고 물어보니 힘든 점도 있지만 장모님이 아이들을 봐주기때문에 좋다고 한다. 바로 여기서 장모님은 대행 부모가 될 수 있다. 위에서 육아 탓에 많은 시간을 빼앗기는 걸 보면, 그 육아를 안 할 방법은 몇 가지 안 된다. 아이를 포기하거나(이건 아마 아이를 방치한 죄로 잡혀갈 거다.) 아니면 아이를 좋은 사람에게 맡기거나. 후자가 대행 부모인데 모두가 아이를 봐줄 희망이 있는 사람이 주변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좋은 시설에 맡겨야하는데, 이 좋은 시설이라는 게 애매하다. 왜 우리는 매번 출산율이 줄어들고 하는데 그에 대한 대책을 제대로 못 내놓을까. 내 생각에는 아마 이 대책을 만드는 사람 중에 위에 보수적인 가정을 외치는 사람들밖에 없어서 일하는 부모의 기분을 모르는 거 아닐까하는 의심이 크지만, 더 이야기하다가는 책 리뷰가 아니라 정부에 대한 불만 나열로 이어질 수 있으니 그만두자. 어쨌든 그런 좋은 시설은 찾기는 어렵다는 말을 들을까.
 이 책에서도 저자는 아이들을 맡길 시설을 찾는데 대한 어려움을 다룬다. 정말 육아는 엄마의 역할인가를 찾으면서 원시 부족 중에서도 일하는 엄마가 있는 부족을 만나는데, 이 부족의 육아법은 바로 가족 모두가 대행 부모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아이는 가족/친척에 의해서 키워진다.

  • 육아만이 문제일까
 육아만이 문제일까하고 물으면, 여기서 나오는 건 바로 내가 맨 처음에 책을 택한 이유가 된다. 바로 '일'이다. 우리는 왜 빨리 퇴근하지 못할까라는 의문이 있다. 한편으로는 빨리 퇴근하면 큰 일이 나는 걸까하는 의문도 있다. 그렇게 청년 실업율을 줄이고 싶으면 정시에 사람들을 일하게 하고 남은 일에 대해서는 고용을 하면 안 되는걸까(어이쿠, 또 불만 터트리기에 들어갈 뻔 했군). 저자의 주변에도 저자는 '사무실 자리 지키기'가 성과와는 상관없이 더 높은 가치로 인정받는 상황에 대해 발견한다. 몇몇 관리인은 보고서를 2시간만에 집에서 쓰는 것보다 회사에서 6시간만에 보고서를 쓰는 것에 대해서 더 좋게 생각한다. 다행히 그렇지 않은 사례들이 있지만, 여전히 그런 사례가 많이 남아있다.
 심지어 여성, 특히 임신을 하거나 결혼한 여성에 대해서는 묘한 평가가 이어진다. 미혼, 결혼한 여성, 결혼한 남성이 똑같은 이력을 가지고 이력서를 쓰면 어떤 식의 평가가 이어질까. 책 속의 실험에서는 결혼한 남성은 가정을 부양해야하기때문에 책임감이 강할 것 같다며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다. 그 다음은 미혼. 마지막이 결혼한 여성이다. 가정때문에 일을 등한시 할 것 같단다. 뭐 이런.
 그렇지만 그런 편견을 다룬 실험을 읽으면서도 나도 뜨끔했다. 내 속에도 사회적으로 세뇌당한 이미지가 있었다. 부정할 수 없다. 나 역시 비슷한 생각을 했기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런 걸 걷어내고 제대로 평가를 한다면 정말 그럴까?
 미국에서는 소송이 참 많은데, 그 중 하나가 차별 소송이다. 자신이 결혼한 여자이기때문에 새로운 직위에 대해서 제안조차 받지 못했다는 걸 가지고 소송을 하는 거다. 그리고 웃기는 것은 그런 소송 후에 회사는 여자가 다니기 좋은 회사로 뽑힌다. 웃기는 상황이지만 점점 나아지는 상황이 이러하다.
 책을 읽으면서 여성에게 가해지는 차별에 대해서는 어렴풋이 예상했다. 다만 예상하지 못 했던 것은 '육아 휴직을 쓴 남성'에게 가해지는 차별이었다. 남자가 육아를 위해 일보다 가정을 좀 더 중시하게 되는 순간, 여성이 그럴 때보다 더한 차별이 가해졌다. 예전에 마조앤새디(만화, 만화가의 자신 주변 일을 다룬 일상툰)에서 만화가인 주인공 마조(남자)가 주부 역할을 하고 있는데, 오히려 같은 주부인 다른 여자분들로부터 차별을 받는 장면이 나온다. 결국 사회적으로 우리는 남성이라는 성역할에서 벗어난 경우 차별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도 뉴스에 육아 휴직을 쓴 남자들이 늘어난다는 걸 보고 다른 분께 말하다가 그 분이(어린이 집을 다니는 자녀를 가진 아버지였다) 하는 말이 그랬다. '대개는 이직 준비를 하거나 하지. 그런데 돌아가지 못해서 이직을 하기도 해'라는 말이었다. 그만큼 남성의 육아 휴직은 차별 받고 있었다.

  • 회사와 대행 부모가 된다면? 그 다음은?
 여기서는 남녀 차별을 하고 싶지 않지만, 많은 경우가 여자의 특징이기에 여자의 경우라고 설명하겠다. 여자의 경우, 잘 노는 어머니를 가진 사람이 별로 없다. 그에 비해 낚시, 등산 등의 취미를 하고 싶은데 눈치를 보며 못 하는 아버지를 가진 사람은 꽤 보인다. 즉, 남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걸 잘 노는데 비해, 여성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애석히도 취미를 독서라고 말 못하는 나에게 취미가 뭐냐하면 버벅거리는 내게는 이 말이 멀진 않았다. 내 남동생만 해도 야구라는 취미를 가지고 있고, 남은 시간을 어떻게 놀아야할 지 알았다. 그런데 나는 지금 이 황금같은 낮시간이 생겼는데, 뭘 하고 놀아야할 지 잘 모르고 있다.
 그 탓에 여성들을 노는 방법을 배워야한다. 자신의 어머니로부터 배우지 못 했기때문이다. 자신의 어머니는 희생적으로 자신의 남는 시간을 집안일에 쏟았다. 여유가 나면 청소를 하고, 더 여유가 나면 더 큰 청소를 했다.
 우리는 '여가'를 즐기는 방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 즉, 바쁘다바쁘다는 또 한 편 '그러면 여유로워지면 뭘 해야할 지 몰라서 바쁜 거 아냐?'라는 질문을 덮기 위해서일 수도 있으니.

  • 왜 우리는 이렇게 바쁜가
 왜 우리는 이렇게 바쁠까? 어쩌면 가정따위는 무시하는 강압적인 회사 분위기 탓일 수 있다. 그 다음은 제대로 분담되지 않은 집안일 탓일 수 있다. 그리고 정말 어쩔 수 없는 육아의 부담을 덜어줄 상대가 없기때문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정말로 정말로 남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 지 몰라서일 수 있다.
 나는 사실 정리나 집안일을 열심히 하는 편이 아니다. 게다가 집안일에 드는 그 시간이 너무 아까워 하는 편이다. 그 탓에 오히려 여유가 생기기도 한다. 어차피 내 머리카락인데 뭘 그리 서두르나 싶기도 하다. 마음의 여유는 어쩌면 잘 정리된 책상보다는 살짝 모든 물건이 손에 닿는 책상 위에서 이루어지는 건 아닐까.
 만약 자신이 어딘가 시간을 빼앗겨 사는 것 같으면 그 원인을 한 번 살펴보기 위해 이 책을 들여다봐라. 이 책이 자연스럽게 천천히 이 리뷰보다는 훨씬 깔끔하게 시간 부족에 대해서 이야기를 시작할테니.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