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거사 크리스티 저/공경희 역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서 사람의 안을 들여다봤듯이 사람의 변화와 사람에 대해서 잘 그려진 이야기 |

◎ 책을 선택한 이유
애거서 크리스티는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ABC 살인사건'으로 유명한 추리 소설 작가이다. 그런 작가에게 '메리 웨스트매콧'이라는 또 다른 필명이 있다는 것에 이 책 시리즈에 관심이 생겼다. '메리 웨스트매콧'으로 낸 책들은 시리즈 물이 아니라서 어느 것을 봐도 상관없다고 해서 여러권 중 한 권을 잡았다. 초반에 화재가 일어난다고 해서 나름 빠른 전재를 좋아라해서 고른 것도 있고.
◎ 또 다른 필명의 이유를 알겠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읽었을 때, 처음에는 예상 못 한 반전에, 다음에는 이야기 속 인물들의 생각과 행동을 어떻게 저리 예측할 수 있는지에 놀랐었다.그런 상황에 애거서 크리스티의 다른 소설로 이 책을 접해서 사실은 또 다른 반전에 대한 기대가 컸다. 아쉽게도 이 책 자체는 추리 소설로 볼 수 없다. 하지만 작가가 사람의 심리와 행동을 묘사하는 것에 대해서 능하다는 걸 다시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초반에 어린 아이에 대해서 천진무구한 느낌이 아닌 사랑을 갈구하는 탓에 악한 기도를 올리는 주인공 로라의 모습은 단순한 성격을 부여하고 생각없이는 나올 수 없다고 느껴진다. 그리고 화재 속에서 동생 셜리를 구하면서 바뀌는 모습도 사람의 극적인 변화지만 충분히 납득되게 이야기가 풀려간다.
다른 필명으로 나왔던 이 책을 읽고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어쩌면 애거서 크리스티는 자신의 글이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걸 몰래 표현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싶다. 왜냐면 애거서 크리스티라는 이름으로 만났을 때엔 언제나 '예상 못 한 반전'을 가장 먼저 두기때문에 작가가 쓰고 있는 인물들의 생각과 움직임의 자연스러움에는 관심이 덜하기 때문이다.
◎ 'The Burden'과 '사랑을 배운다'의 의미
주인공 로라는 동생인 셜리에게 집착하고, 셜리의 행복만이 자신의 삶의 목적이자 기준이 된 인물로 나온다. 그런 관점에서 원제인 'The Burden'과 한국 번역판인 이 책의 제목인 '사랑을 배운다'는 같은 이야기 속의 두 인물의 관점 같아 보인다.
'The Burden'은 동생 셜리의 입장이다. 동생 셜리는 언제나 언니인 로라의 관심과 애정을 받는다. 그렇지만 이로인해 그녀는 자신의 선택대로 사는 것 같지만, 언제나 등 뒤의 언니의 시선을 신경쓰고 있다. 비록 이런 내용은 중반에 셜리가 일부러 언니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고, 왜 친절한 언니에게 경계심을 느끼는지 의문을 품는 장면 외에는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는 셜리에게 언니 로라의 틀 외에는 벗어난 행동을 하지 못하는 걸 보인다. 만약 셜리가 헨리와 도망이라도 쳤으면 상관없지만, 언니 로라의 허락을 끝까지 구하면서 셜리의 행동은 모두 로라의 범위 안에서 일어난다. (그 탓에 로라가 셜리의 불행을 자신의 탓으로 여기지만, 이는 다음 제목에서 살펴보고) 셜리에게는 언니는 'The Burden', 부담으로 보이는 것이다.
'사랑을 배운다'는 언니 로라의 입장이다. 부모님의 관심을 바랐던 로라는 사랑을 '받고자'했다. 그렇지만 화재에서 동생 셜리를 구하면서 '사랑을 하는' 입장으로 바뀐다. 그녀는 사랑을 받는 것이 아닌 하는 것으로 바뀌면서 사랑을 배우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뒤에 그녀는 전혀 사랑을 배우지 못 했다. 언제나 셜리의 행복 외에는 자신에 대한 관심이 없었기때문이다. 여기서 이웃의 존 교수는 이점을 자주 꼬집는다. 로라에게 다른 여자들처럼 해보라던지, 셜리의 남편의 일을 왜 네 남편의 일처럼 하느냐는 둥. 특히 존이 인용한 구절은 로라의 모습을 제대로 비꼰다.
그는 어떤 구절을 인용했다.
나는 백 가지 사랑의 기술을 알았으나
그 하나하나가 연인을 슬프게 만들었다.
"이 말을 곰곰이 생각해봐라, 꼬마 로라"
마치 로라는 셜리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했지만, 그 결과는 좋지 않았다. 그 탓에 로라는 자신의 부은 애정과 노력만큼 그 결과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하는 것처럼 괴로워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야 자신의 모습이 문제가 되었다는 걸 알고는 끝났다. 과연 그 뒤에 로라가 예언적으로 나타난 인물인 루엘린을 통해서 또 다른 사랑을 배웠는지는 나오지 않지만, 전체 이야기를 통해서 사랑을 배우는 것은 로라이다.
◎ 인물의 모습과 이야기
이 책에서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반전을 찾고자 하면 안 된다. 그렇지만 애거서 크리스티의 인물을 다루는 모습과 그 인물들의 이야기가 만드는 감정에 저절로 책장이 넘어간다. 그리고 마지막에 책장을 다 덮고 나서는 옮긴이가 언급한 제목인 'The Burden'에 다시 한 번 눈길이 가게 된다.
덧글
2015/06/02 10:59 #
비공개 덧글입니다.2015/06/03 09:47 #
비공개 답글입니다.2015/06/03 12:15 #
비공개 덧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