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슈잉 저/이정은 역 자승자박 |
◎ 책을 선택한 이유
자기계발서를 좋아하는 편인데다, 서점에서 책을 보고는 끌려서 어쩔까 고민하다가 전자책으로 읽었다. 하버드 학생들의 새벽 4시 반 풍경을 다루거나 그들이 치열하게 공부하는 에피소드를 다룰 거라고 기대했다. 꽤 오래된 다큐지만 '세계의 명문대학'이라는 다큐에서 열정적으로 공부하던 학생들의 모습을 보고 자극을 받았던 것처럼 이 책도 저에게 자극을 줄거라 생각했습니다.(세계의 명문대학 다큐에 대해서 예전에 쓴 글 참조 http://idtptkd.egloos.com/300131 http://idtptkd.egloos.com/301624)
◎ 초반까지는 좋았다, 초반까지는
초반까지는 좋았다. 비록 하버드 이야기보다는 다른 에피소드들 비중이 높은 것 같았지만 괜찮았다. 자기계발서에서 하는 이야기가 비슷비슷하다는 것도 감안하고 읽는 편이라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게다가 책에 대해서는 좀 후한 편이라 그렇게 흠을 잡지 않았다. 하지만 한 순간 갑자기 책이 짜증나기 시작했다. 그건 바로 이전에는 사람들이 이룰 수 없다고 말하던 꿈을 이룬 이야기를 하다가 꿈을 현실적으로 꾸라고 하는 거다. 몽상을 내버리라는 거였다. 이 리뷰의 제목을 '자승자박'(자기의 줄로 자기 몸을 옭아 묶는다는 뜻으로, 자기가 한 말과 행동에 자기 자신이 옭혀 곤란하게 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으로 지은 이유가 그러하다.
◎ 짜증이 나는 이유
이 책이 짜증난 점은 두 가지였다.
열심히 책을 읽다가 자신의 일에 책임을 지라는 부분을 읽을 때였다. 이 부분에서 언급한 에피소드를 다음과 같았다. 전철을 놓치면 1시간을 더 기다려야해서 서둘러 검표기에 표를 넣고 탄 학생이 타고 나서야 검표기에 문제가 있어서 검표가 되지 않은 걸 발견했다. 하필이면 검표원이 왔고 학생은 그 문제를 지적했고, 실제로 검표기에 문제가 있었으나 벌금을 물었다는 이야기다. 이 부분의 제목은 '자신의 잘못과 진실로 대면하기'이다. 이에 대해서는 어이가 없다. 정말로 읽다가 완독을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없었다면 그대로 그만 읽었을 것이다. 심지어 책에서도 이 이야기가 억지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고도 말한다. 그렇다면 묻고 싶다. 이 책을 낼때까지 저자 뿐 아니라 편집자와 그 옆 지인들은 뭘 하고 있었는가? 이딴 이야기가 실리는 게? 오히려 나는 이 이야기에 그렇다면 '사회의 모든 시스템에 대한 의심을 하고, 신뢰 비용이 엄청나게 드는 사회는 올바른가?'라고 묻고 싶다. 검표라는 규칙에 맞춰서 검표를 하였으나 이에 따라 불량표인 검표되지 않은 표가 나왔다. 이 상황에서는 검표기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확률적이라도 나온 불량품을 당연히 검표기를 관리하는 측에서 문제를 해결해야한다. 불량품을 어쩌다가 얻게 된 고객의 몫으로 돌릴 게 아니란 말이다. 이 에피소드에서 좀 짜증이 났지만, 넘어갔다. 모든 책에 흠 하나 없겠냐는 생각으로.
그리고 정말로 짜증나고 내가 이 책이 어디까지 가나 보려고 완독을 하게 만든 부분이 있다. 바로 '꿈을 이루기 위해 움직이고 사람들의 비판에도 꿎꿎히 꿈을 이루는' 에피소드 뒤에 이어지는 '망상의 주의하라'는 이야기이다. 이건 대체 뭔 이야기인가. 그러면서 꿈은 현실성 있는 것이고, 망상을 현실성이 없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따지면 사람이 하늘을 나는 건 날개도 없는 동물이 하늘을 날겠다는 헛소리였다. 그리고 책에서 말하는 현실성의 상식이란 '다수의 사람이 동의하는 의견'이다. 상식이 꼭 진실은 아니라는 거다. 현재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들이 잘못된 교과서로 배운 혀의 부분에 따른 맛 감각(쓴 맛은 혀 안 쪽에서 잘 느껴지고, 단 맛을 혀 끝에서 잘 느껴진다는)을 알고 있다. 이는 상식으로 볼 수도 있지만 잘못된 상식이다. 대체 꿈과 망상을 구분하는 기준이 뭐란 말인가. 게다가 심지어 꿈을 이루는 에피소드에서는 다르게 보면 망상가에 가까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뤘으면서, 그 뒤에는 망상가들을 비웃는 이야기를 한다. 아까 위의 에피소드처럼 대체 이 책은 감수를 안 한 건가, 아니면 '독자들은 멍청하니까 한 챕터(전자책이라 페이지를 가늠하기 어렵지만 길어봐야 10페이지 내)가 끝나면 그 전 챕터는 까먹을 거야'라고 생각한 걸까?
◎ 각기 따로 보면 좋은 이야기. 묶어놓으니 짜증나는 이야기
만약 서점에서 이 책을 처음 발견했을 때 샀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나는 책을 잘 안 파는 편인데(친구에게 주거나 겨우 최근에야 이웃돕기 바자회에 내는 정도) 이 책은 100% 곧바로 중고서점에 가서 팔았을 것이다.
게다가 이 책 덕분에 이제 나는 '베스트셀러가 좋은 책(혹은 적어도 보통 이상)'이라고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아주 큰 발전을 하게 도와준 이 책에 박수와 함께 나의 완독 집착에 쓴 웃음이 지어진다.
◎ 책에서 메모한 내용(E book이라 쪽 표시가 없다)
- 특히 20대 중반 이전 시기는 우리의 대뇌가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때다. 이 시기에 뇌 세포들을 충분히 활성화시켜놓지 않으면 평생 뇌세포의 움직임이 둔화되어버린다.
- 꿈을 꾸고 있는가? 해보고 싶은 일이며, 잘할 수 있을 것 같은가? 그럼 그렇게 꿈꾸는 목표를 당신이 이룰 수 있다고 믿어라. 그러면 자신감 있는 태도를 갖게 되고, 이것이 앞으로 나아갈 동력이 되어줄 것이다
- 목표를 세웠다면 지금 즉시 행동하라. 바로 이 순간부터 시작해야 한다. 행동하지 않고 생각만 한다면 목표는 영원히 닿을 수 없는 꿈으로만 남게 된다.
- 이상과 망상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행동이다. 흔히 이야기하는 백일몽이란 어떤 행동을 해도 실현할 수 없는 꿈을 말한다.
- 환상의 반대편에 있는 것은 바로 상식이다. 환성을 버리고 망상을 멈춰야 상식이 생긴다. 하버드 엘리트들도 꿈을 이루려면 현실적으로 행동하고 생각과 행동이 일치해야 한다고 말한다.
덧글
솔다 2015/06/16 23:37 #
아..... 사실 '하버드'란 표제에서 수험생 시절에 적합한 책이라는 걸 느꼈지만 ....같이 사온 하버드생들의 실패담? 을 엮은 것같은 <공부의 배신>을 기대하고 있어요.
세상 2015/06/17 09: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