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불행하지 않습니다 - 수필이지만 시간 흐름에 따라 소설 같은 느낌 -한 권의 이야기

[도서]아직, 불행하지 않습니다

김보통 저
문학동네 | 2017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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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이지만 시간 흐름에 따라 소설 같은 느낌



 김보통 작가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다. 그나마 알게 된 것도 예스24에서 영화 관련 칼럼을 하게 되어서 알게되었다. 그리고는 나중에 아만자를 읽게 된 것 뿐. 영화 칼럼에서도 회사를 그만두던 시기나 만화를 아직고 꾸준히 그리게 되어 다행이다는 식의 말은 본 적이 있었다. 어쩌다 온라인 서점에서 이 책을 보고 카트에 담아뒀다. 이 책의 내용은 4년간 블랙기업같은 회사에 시다리고는 회사를 그만 두고 나서 만화를 시작하게 될 때까지의 이야기였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 책은 회사 독서 동호회의 후원금으로 구입하게 되었다는 것.

 이 책의 분류는 수필, 에세이다. 그렇지만 책의 흐름이 전반적으로 시간 순서대로 흐르는 탓에 나는 수필이지만 다음 절을 읽고 싶어서 잠이 오지 않는 어느 날 이 책을 한 번에 다 읽었다. 이 책의 주인공인 필자를 생각하면 다소 대책이 없다. 우울증 진단을 해드릴까요라고 묻는 질문에 아니오라고 대답하고는 회사에서 도망친다. 하지만 그 순간마저 자신의 방향을 가리키고 모든 것을 결정한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나 가능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울타리를 둘러친 이유는 내가 세상 풍파에 상처받는 것이 걱정되어서가 아니라, 내 털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그날부터 울타리는 철조망으로, 양치기는 간수로, 양치기 개는 내가 도망갈라 지켜보는 경비견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책 "아직, 불행하지 않습니다" 33쪽

 그리고 저지른 일본 여행. 하지만 여행을 통해서 깨달음을 얻는 것에 실패한다. 여기까지보면 어디에도 극적인 것이 없다.

그게 문제였다.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 지난 여행을 통해 얻은 게 있다면 그 사실을 확인한 것뿐이었다.
-책 "아직, 불행하지 않습니다" 98쪽

 주인공은 다소 대책없이 움직인다. 그렇지만 단 하나, '불행하지 않는 선택'을 계속 해내갈 뿐이다. 그나마 전공을 살려서 작은 도서관을 차리겠다는 일도 저지른다. 하지만 그마저도 임대료와 지원 선정 조건 미달이라는 현실에 다다른다. 그러다가 과거에 그리다가 만 그림을 떠올리고 퇴직금을 써가는 상황이지만 불행하지 않기 위해 대책없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직장인 만화를 그려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는다.

술을 마시는 것보다 술을 잘 마셔야 훌륭한 사람이라는 그 논리를 이해하는 것이 더 어려웠다. 도대체 술과 업무가, 술과 조직이, 술과 사회가, 술과 인생이 무슨 그렇게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인지 납득할 수 없었다. 살아가기 위한 수단인 직장이 왜 내 삶을 송두리째 요구하는지도 이해할 수 없었다.
-책 "아직, 불행하지 않습니다" 83쪽

 하지만 4년간의 직장생활이 남긴 것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납득해야한다는 것과 명백히 망가져가는 삶이었다. 도저히 그릴 수 없었던 주인공은 자신의 아버지의 암 투병을 떠올리고 누가 볼까 스스로도 의심하지만 그래도 그릴 수 있는 암환자(이후 이 만화는 아만자로 연재된다)에 대한 만화를 그린다. 그리고 연재를 시작한다.

 회사를 그만둔다, 여행을 대책없이 떠난다, 만화를 그린다.

 이 세가지만 보면 회사에 다니고 있는 내가 하기에는 어마어마한 일이다. 난 어디 연고하나 없는 곳으로 회사가 이전해도 이직이나 생각하지 회사를 그만두지 못하고 있고, 긴 기간 대책없이 여행을 떠날 용기가 없으며, 무언가를 다 쏟아가며 하기에는 두려움이 많다.

 하지만 단 하나 '불행해지지 않는 선택'을 하는 것이 위와 같이 나타난 것이다. 회사를 그만둘 때, 모두가 주인공의 불행을 말한다. 불행해질거라고. 그렇게 될 거라고. 하지만 책 말미까지도 '아직 불행하지 않다'는 것과 우리가 말하는 정석적인 길에서 벗어나서도 살아가는 모습은 수필임에도 묘한 대리만족을 줬다.

 그렇다고 내가 당장 이 책을 읽자마자 회사를 그만두고 옛날의 꿈을 쫒아서 일을 저지를 자신은 아직없다. 하지만 하나, 정말 명백히 불행한 순간이 온다면 그걸 견디지 않고 도망치더라도 너무 걱정은 안하려고 노력할거다. 왜냐면 이 책을 통해 그래도 불행해지지 않은 사람을 하나 알게 되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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